시간없다는 건 핑계, 짬내기 러닝 (점심 러닝, 퇴근 러닝)
솔직히 저는 러닝을 시작하기 전까지 운동할 시간이 없다고 생각했어요. 워킹맘이 다 그렇듯 아침에 눈 뜨면 애들 아침 대충 차려놓고 애들 깨워놓고 출근하고, 저녁엔 애들 보느라 정신없고, 주말엔 밀린 집안일에 이런저런 약속까지.
그런데 얼떨결에 러닝 시작하고 나서 깨달았습니다. 시간이 없는 게 아니라 제가 안 만들었던 거더라고요. 이런 저런 핑계만 댔지 진짜 짬짬이 시간을 만들어 운동하려면 충분히 가능했더라고요. 늘 바쁜 현대 사회인들, 운동할 짬을 어떻게 만드냐고요?
점심시간 활용한 짬내기 러닝
제가 처음 시도한 건 점심시간을 활용한 러닝이었습니다. 점심 식사 후 바로 뛰면 소화도 안 되고 배도 콕콕 쑤시듯 아프니까 점심 전에 운동을 하자 생각했어요. 직업 특성상 점심 시간은 몇시부터 몇시까지 정해진게 아니라서 점심 장소를 일부러 먼 곳으로 잡는 방식을 선택했습니다.
어느 날 종로3가역 근처에서 점심 약속이 잡혔을 때 속으로 잘됐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날은 아예 편한 슬랙스를 입고, 얼핏 보면 러닝화 같지 않은 검은색 러닝화를 신고 출근했습니다. 약속 시간이 11시였기 때문에 10시 30분에 회사를 나섰고, 슬슬 뛰어서 약속장소까지 갔어요. 도착해서 보니 2.77km를 뛰었고, 시간은 18분 정도 걸렸더라고요. 예전 같으면 무조건 지하철을 타거나 택시를 불렀을 거리인데, 러닝을 시작한 후로는 이런 거리가 오히려 감사하게 느껴지더라고요.
국내 직장인의 하루 평균 좌식 시간은 약 8.3시간에 달한다는 조사 결과가 있습니다. 이렇게 오래 앉아있는 생활을 깨뜨리려면 틈새 시간을 최대한 활용해야 합니다. 점심 약속 장소를 정할 때 다음과 같은 기준을 적용하면 좋습니다.
- 회사에서 1~3km 거리에 있는 식당
- 러닝하기 좋은 경로에 위치한 곳 (차도보다는 인도가 넓은 곳)
제 경험상 2~3km 정도가 점심시간에 뛰기 딱 좋은 거리입니다. 너무 짧으면 운동 효과가 적고, 너무 길면 땀을 너무 많이 흘려서 오후 업무에 지장이 생기거든요. 이것도 근데 한여름에는 불가능하고 점심 자리가 그래도 너무 포멀하지 않았을때 가능한 얘기에요.

퇴근길 러닝으로 하루 마무리하기
점심 러닝에 익숙해지고 나니 자연스럽게 퇴근 러닝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어느날 친동생이 러닝 기록을 보내왔더라고요. 직장은 여의도고 집은 장안평이라 5호선 타면 한번에 가는데 굳이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에서 내려서 집까지 러닝으로 왔다는 겁니다. 10km 정도 뛰었고 한시간이 안 걸렸더라고요.
처음엔 힘들었지만 지금은 오히려 하루의 스트레스를 날려버리는 시간이 됐다고 합니다. 서울 도심을 가로지르며 뛰다 보면 시즌별로 다른 풍경을 만날 수 있고, 마치 시티 마라톤을 미리 연습하는 느낌도 든다고 하네요.
그래서 네이버 지도로 회사에서 집까지 도보 거리를 재봤어요. 얼추 10km 정도 되더라고요. 평소 자차로 출퇴근하다 보니 전혀 생각지 못했던 거리였는데, 러닝으로는 충분히 시도해볼 만한 거리였습니다.
퇴근길 러닝을 검색하다 보니 '롱 슬로우 디스턴스'(LSD)'라는 걸 알게 됐는데요. LSD란 장거리를 천천히 달리는 훈련 방식으로, 심폐 지구력을 키우고 유산소 능력을 향상시키는 데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10km 퇴근 러닝은 바로 이 LSD 훈련을 일상에 접목시키는 것이죠.
아직 실제로 시도하지는 않았지만 이미 계획은 세워뒀습니다. 출근할 때는 지하철을 타고, 퇴근할 때만 러닝을 하는 방식입니다. 가방은 회사에 두고 신용카드와 휴대폰만 몸에 지닌 채 가볍게 뛰어가는 거죠. 경로를 살펴보니 업힐(오르막)과 다운힐(내리막)이 적절히 섞여 있어서 지루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업힐 구간에서는 근력이 강화되고, 다운힐에서는 속도를 조절하면서 달리기 폼을 교정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국내 러닝 인구가 엄청 늘었어요. 2024년 기준으로 보면 약 1200만명 정도라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이 중에서 60%가 직장인이라는 분석도 있어요.
이렇게 많은 직장인들이 러닝을 선택하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특별한 장비나 장소가 필요 없고, 자신의 일정에 맞춰 자유롭게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날씨가 따뜻해지면 본격적으로 퇴근 러닝을 시작할 계획입니다. 솔직히 말하면 출근 시간에 러닝을 하는 건 아직 자신이 없습니다. 워낙 출근 시간이 빠른 편이라 새벽에 일어나야 하고, 무엇보다 회사에 샤워 시설이 없어서 땀 흘린 후 처리가 곤란하거든요. 하지만 퇴근 러닝은 다릅니다. 집에 도착하면 바로 샤워할 수 있고, 시간적 여유도 있으니까요.
운동할 시간이 없다는 건 정말 핑계였습니다. 만들려고 하면 얼마든지 만들 수 있고, 일상 속에서 짬짬이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각보다 많더라고요. 물론 모든 사람이 출퇴근 러닝을 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회사와 집 사이 거리가 너무 멀거나, 업무 특성상 정장을 입어야 하거나, 무거운 짐을 들고 다녀야 하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조건만 맞는다면 한 번쯤 시도해볼 가치는 충분합니다. 저처럼 점심시간을 활용하는 것만으로도 일주일에 5번, 한 달이면 20번의 러닝 기회가 생기는 거니까요.
다음엔 아예 작정하고 지하철역에 설치돼 있는 러너스 스테이션에서 정비하고 시티러닝을 하다가 집에 가는 것도 해보려고요. 러너들이 많아지니까 한국이 점점 러너 천국이 되어가는 것 같아요.